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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2-13 23:24
김병오-법과 인생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56  

법과 인생

 

신경대 교수 김병오

    

산에는 진달래가 결혼식 가는 아줌마처럼 예쁘게 치장하여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고, 길가에는 아가씨들처럼 환한 벚꽃들이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괜히 기분이 좋다. 이러한 상태에서 법과 인생을 쓰려고 하니 마음이 다시 꽃샘추위라도 오듯이 쪼그라든다. 원래 법학이란,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뼈대 있는 학문이요, 사회의 기틀을 만드는 학문이요, 우리들에게 밥을 주는 학문이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중한 학문이다. 솔직히 법만큼 사회에 도움을 주는 학문도 별로 없다. 그런데 법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왜 이지경이 되었을까?


첫째, 공무원 시험, 각종 고시 등등 법학 인생길이 녹녹치 않다.


법학인생들이 배우는 과목은 헌법, 민법, 형법 등인데, 이들을 해설하는 용어부터가 거북 등 껍데기보다 딱딱하다. 요리하여 내 것으로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시험이라는 강을 건너야 게나마 밥 먹고 사는 데, 요게 또 장난이 아니다. 중간 중간 낙오되는 자들이 태반이요, 빠져 죽는 자들도 있다. 청춘을 걸어야 한다. 남들은 미팅이다, 꽃놀이다, 단풍놀이다, 쌍쌍이 노니는데 법학인생들은 편편황조(翩翩黃鳥). 그렇다고 유리왕은 더더구나 아니다. 집안 살림은 누룽지 긁듯이 모아야 학비를 조달할 수 있고, 모든 시간과 정력을 시험준비에 탕진하다 보니 감정이 메말라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려면 준비해야 될 것이 많은데 시험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어버렸기 때문이다.


둘째, 들어가서 하는 일이 그저 그렇다.


이렇게 하여 어렵사리 아스팔트 포장길에 들어섰는가 싶었는데, 겉보기와는 다르다. 아스팔트길이라는 게 밋밋하고, 걷기에 지루하고, 비올 때 질퍽거림은 없지만 사막보다 더 삭막하다. 앉는 자리 또한 냉랭한 철제 책상이요, 네모나 있다. 찾아오는 사람 또한 세상과의 싸움에 이골이 난 사람들인지라 상대하기 버겁다. 벽돌 같은 사람들이 벽돌로 만든 시멘트 건물에서 벽돌 같은 사람들을 대하며 살다보니 인상들이 다들 벽돌처럼 굳어져 있다.


또한 네 것 내 것 따지는 공부를 하다 온 사람들인지라 마음 씀씀이가 좀스럽기 그지없다. 주어진 일이라는 것도 인류를 위한 것도 아니요, 마음에 위한을 주는 사랑과 봉사와도 거리가 멀다. 주어진 일이 또 주어지는 만날 하는 일의 되풀이요, 그 일도 쌀알, 콩알을 세는 듯한 고리타분한 일들이다. 이러한 일들에 익숙하다보니 어느덧 마음은 밴뎅이 소갈딱지처럼 좁아져 있다. 멋없고, 밋밋한 군상들의 일상, 바로 법학인생이다.


셋째, 먹고살기에 벅차다.


법을 공부한 사람은 태생적으로 성실하고, 심성이 곱다. 그리고 성실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인생들이기에 근면검소함이 몸에 배여 있다. 그런데 출퇴근을 칼 같이 하는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항상 다니는 길만큼이나 깊은 주름살이 왜 패여 있을까? 꽁생원의 맹꽁이 같은 인상이 세상에 널리 퍼진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쥐꼬리만한 월급에 있다(-고시에 합격하였거나 대기업에 합격하여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이 더러 있기는 하다. 이런 사람이 법학인생의 주류는 아니기에 빼기로 한다-). 새끼들 밥 걱정은 없지만 동네 어른들께 막걸리 한 잔 대접하기 힘들다. 인심이 나올 수 있는 원천을 봉쇄해버린 것이다. 법이라는 멋진 관청 모자를 썼는데, 창고는 비어있고, 권력의 양이라는 게 고양이 무늬만큼도 안 된다. 이들 앞에 가끔 쥐들이 있어 높여주니 그 맛에 사는 인생들이다.


어쨌거나 법은 우리에게 밥을 주고, 세상이 깔보지 않도록 해주었으며, 약간의 명성을 주어 한 집안을 이루게 해주었다. 법학인생들을 이렇게 보살펴 주었으면 어쩌면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러한 세태에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남한테 손 벌리지 않고 사는 것이 어디인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준 법과 사회에 고마움을 가질 일이다. 어차피 그만둘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말 한마디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생이 법학인생이다. 나에게 온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하여 정성을 다하여 보자. 꽁생원 인생이 아니라 멋진 인생이 우리들 앞에 펼쳐질 것이다.

봄날의 꽃이 되느냐 마른 나뭇가지 같은 인생을 살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조그마한 것이라도 나누고, 사랑하고, 봉사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우리는 매일 봄날.........